기획전시


 1998년, 제정된 가정폭력방지법이 본격 시행되었지만 가정폭력 문제는 여전히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지 못 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처음 제안한 것과는 다르게 구성되면서 한계점을 가진 채 제정됐고, 시행과 함께 다양한 문제점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법의 목적 조항이 가정 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은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개정운동의 최우선적 과제이다.

2000년부터는 본격적인 개정운동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2007년, 오히려 가정폭력 근절을 어렵게 할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제도가 신설되어 통과되었다. 가해자가 상담을 받는 것을 조건으로 가해자 기소를 유예하는 상담조건부 기소유예는 가정폭력이 처벌받아야 할 범죄라는 인식을 약화시키는 제도다. 이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제도를 폐지하는 것 역시 한국여성의전화가 벌이고 있는 개정운동의 주요 골자다.

 

2016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목적조항 개정 [정책제안]

① 사람보다 가정이 먼저? ‘’목적조항‘의 문제

현행 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가정의 보호와 유지에 그 목적이 있다. 가정폭력이 발생한 가정이 가급적 해체되지 않도록 하면서 가해자의 개선과 피해자의 보호를 도모하자는 것이다. 가족 구성원이 폭력으로 인해 고통 받더라도 형식적인 가족형태를 유지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사회의 논리를 법이 고스란히 받아안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한국여성의전화는 가정폭력범죄처벌 등에 대한 특례법 목적 조항을 개정하려고 한다. 이는 가정폭력관련법의 제정 취지를 되살리는 것으로, 현장에서 ‘가정보호’ 일변도로 처리되었던 가정폭력 사건의 틀을 벗고 가족 구성원의 인권과 안전을 보장하는 ‘상식’적인 체계를 만드는데 필수적이다.
2016 살인미수를 상담으로 해결한다? -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폐지 [정책제안]

② 살인미수를 상담으로 해결한다?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의 문제

상담조건부 기소유예는 말 그대로 가정(아내)폭력 사건의 가해자에게 상담을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하는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검찰단계의 ‘상담조건부 기소유예’는 가정폭력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에게 처벌로서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제도로,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대한 특별법』을 무력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가정폭력만 예외적으로 처벌 없이 상담을 조건으로 기소유예를 하는 것은 형평성에서도 어긋날 뿐 아니라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안겨 줄 수 있다. 한편, 가정폭력 가해자가 상담을 이수하지 않는 비율도 높아 문제다. 2013년 여성가족부가 가정폭력 피해자를 대상으로 가해자의 상담이수 여부에 대해 조사한 결과 상담을 이수하지 않은 비율이 35%였으며, 특히 보호시설 입소 피해자의 경우는 60%나 되었다. 가해자의 이런 불성실한 태도로 인해 가정폭력 피해자는 더 큰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2016 가해자는 안방이 아닌 경찰서로 - 가정폭력 범죄자 체포우선제도 도입 [정책제안]

③ 가정폭력 가해자, 안방 말고 경찰서로! - 체포우선주의 도입

2016년 가정폭력 기소율은 8.5%, 구속률은 0.9%로, 2013년부터 꾸준히 하락하며 가정폭력은 사실상 처벌되지 않고 있다. 이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가정의 보호와 유지를 목적으로 가정폭력범죄를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 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폭력은 가해자가 현장체포 될 때 재범률이 현저히 감소한다. 미국의 경우 1980년 전국경찰서장회의에서 가정폭력 가해자를 체포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채택하고 그 효과성 검증을 위해 미니애폴리스 가정폭력 실험연구를 하였다. 연구결과 가정폭력 가해자를 현장에서 체포했을 때 가정폭력 재범 가능성이 10%이상 감소하였다는 결과를 보고하였으며, 이에 따라 1980년대에 가정폭력 가해자 체포를 의무화하는 법을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도입하였다. 이것이 '집안일'이 아니라는 것, 개인적으로 해결해야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국가가 몸소 보여줄 때 가장 효과적이라는 뜻이다.